라이다(LiDAR)는 '자율주행의 눈'으로 불리는 기술입니다. 레이저 센서를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3차원으로 인식해,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경로를 판단하고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는 이름 그대로 ‘빛을 활용한 거리 측정 기술’입니다. 라이다 센서는 고주파의 레이저 빛을 방사하고, 이 빛이 주변 물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Time-of-Flight)을 측정함으로써 거리, 속도, 방향 등의 정보를 파악합니다. 라이다는 현재 자율주행차에 가장 많이 활용되며, 최근에는 드론, 로봇 청소기, 물류 로봇, 스마트시티 인프라, 보안 시스템, 산업용 로봇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애플 아이폰에도 탑재되어 야간 인물 촬영이나 AR 콘텐츠 구현에 쓰이는 등 소비자 가전 영역까지 적용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폭발적인 시장 성장과 중국의 부상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와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라이다 시장은 연평균 35% 이상 고성장 중입니다. 전 세계 라이다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1억 8,000만 달러에서 2029년 53억 5,000만 달러(약 7조 6,000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며, 특히 차량용 라이다는 2024년 7억 7,600만 달러에서 2029년 34억 4,000만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할 변화는 바로 중국 기업들의 급부상입니다. 지난 포스트에선 CATL의 저렴한 LFP 배터리 가격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전달하기도 했었습니다. 라이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 기업인 허사이(Hesai)와 로보센스(RoboSense)는 라이다 가격을 기존의 수천 달러에서 200달러 수준으로 낮추며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자율주행과 스마트 교통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라이다 기술에 대한 규제 완화, R&D 자금 지원, 인프라 확충 등을 강력히 추진했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들은 자체적인 기술 개발뿐 아니라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여 단가를 급격히 낮출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 허사이는 2023년 약 50만 대의 라이다 센서를 출하했고, 2024년에는 150만 대 생산을 예고하며 세계 최대 생산자로 올라섰습니다.
심지어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사 차량에 허사이 라이다를 채택하기로 하며, 중국산 라이다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에도 적용되는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시장 재편: 미국·유럽의 몰락과 중국의 추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라이다 산업은 미국과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루미나(Luminar), 이노비즈(Innoviz), 벨로다인(Velodyne), 세프턴(Cepton) 등은 높은 기술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으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스팩(SPAC) 합병을 통한 상장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이들 기업은 과도한 R&D 비용과 부진한 수익성 문제에 직면했고, 고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본시장에서의 투자 유치도 어려워졌습니다. 실제로 2020년 700달러까지 상승했던 루미나의 주가는 2024년 기준 3.6달러로 -99% 폭락했고, 이노비즈 주가도 0.7달러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일부 기업은 파산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강력한 정부 지원과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기술 상용화와 대중화에 성공했습니다. BYD, 샤오미, NIO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은 기본형 모델에도 라이다를 탑재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고, 립모터 같은 중저가 브랜드도 라이다 옵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때 “라이다는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며 일축했던 일론 머스크조차, 최근의 기술·가격 변화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라이다 기술은 무인 배송 로봇, 로보택시, 보안 감시, 산업 자동화 분야로도 확대 중입니다. 서브로보틱스와 우버이츠는 미국 LA에서 라이다 기반 배송 로봇 2천 대를 투입할 계획이며,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에도 라이다가 장착되어 3D 공간 인식 성능을 높이고 있습니다.
라이다 vs 비전: 자율주행 기술 주도권 전쟁
라이다(LiDAR)와 비전(Vision) 기반 시스템 간의 경쟁은 단순히 기술의 우열을 가리는 차원을 넘어, 자율주행차 산업의 전략적 방향성과 직결됩니다. 테슬라를 필두로 하는 '카메라 중심' 진영은 가격 경쟁력, 소프트웨어 중심의 확장성, 인공지능 기반 학습 속도 등을 강조하며 라이다의 필요성을 부정해 왔습니다. 특히 일론 머스크는 “사람은 눈으로 운전한다, 기계도 마찬가지로 카메라 하나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합니다. 라이다는 단순히 "있으면 좋은 장비"가 아니라, 비전 시스템이 인식에 실패하는 환경—짙은 안개, 야간, 역광, 혹은 모형 벽과 같은 착시 상황—에서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유튜버 마크 로버(Mark Rober)가 진행한 실험에선, 라이다가 가짜 벽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차량을 멈춘 반면, 테슬라의 비전 기반 오토파일럿은 해당 장애물을 감지하지 못하고 충돌했습니다. 이는 사람의 눈보다 정확한 거리와 깊이 인식이 가능한 라이다의 기술적 우위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각국 규제 당국과 완성차 업계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라이다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중첩된 안전 시스템의 필요성입니다.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인식 방식이 아닌, 여러 센서들의 '센서 퓨전(sensor fusion)'을 통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고급차 브랜드인 볼보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라이다를 자사 ADAS 시스템의 핵심 부품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안전 이미지 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라이다 센서 하나의 가격은 200달러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즉 보급형 전기차에도 채택될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온 것입니다. 한때 고급 전기차에만 들어가던 라이다가 이제는 Li Auto, 샤오미, 지리, BYD 등 중저가 전기차 브랜드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 전반의 안전 기준이 상향되는 효과가 있기도 합니다. 심지어 최근 중국 샤오미 제품 중 라이다가 없는 SU7 차량이 큰 충돌 사고를 발생시켜 중국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라이다가 '옵션 선택'의 대상이 아닌, 기본 사양으로 인식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완성차 제조사의 생산 전략까지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Yole Group은 “2026년까지 글로벌 신차의 약 60% 이상이 라이다를 기본 탑재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Gartner는 “차량용 라이다 시장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라며 구조적 전환의 시기에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렇듯 자율주행 기술의 패러다임은 ‘라이다 없는 자율주행’에서 ‘라이다가 보장하는 안전 자율주행’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기술력과 비용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나누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