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순위 1, 2위 모두 중국 업체, 이유는 무엇일까?
2025년 1~4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총 260.4GWh에 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중 중국의 CATL이 무려 37.7%(98.1GWh)를 차지하며 1위를, BYD는 16.7%(43.4GWh)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중국 두 기업이 점유한 셈입니다. 반면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 SDI, SK온)는 합산 점유율은 31.4%에 그쳤으며 전년 동기 대비 6.2% 포인트나 감소했습니다.
CATL은 테슬라에 저가 LFP 배터리를 공급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하던 일부 물량이 CATL로 넘어간 것이며, 이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고객 기반 유지에도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13.9%로, 전년보다 3.4% 포인트 하락했고, SK온은 5.3%로 2.4% 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점유율 하락은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구조적인 문제로 연결됩니다.
중국 기업들의 월등한 배터리 가격 경쟁력이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겐 가장 큰 문제입니다. CATL의 배터리 생산원가는 국내 기업보다 무려 30% 저렴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는 당연하게도,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이 공급사 재편을 고려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전기차 기업들은 배터리 단가가 차량 원가의 30~40%를 차지하기 때문에, 원가 절감을 위해 CATL의 LFP 등 저가 배터리를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수익성과 점유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놓칠 위기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에서 수율 저하 및 적자 이슈를 겪고 있으며, SK온은 미국 포드와의 합작법인에서도 초기 비용 부담이 큰 상태입니다. 삼성 SDI는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저가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합니다.
더불어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보조금과 내수 시장 확대, 원자재 확보 전략을 등에 업고 추가적인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어, 국내 기업들로서는 단가 경쟁에서 대응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북미와 유럽에서도 CATL이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하며 시장을 잠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수혜를 받는 지역 내 생산 확대와 기술 차별화 전략을 더 강화해야 할 상황입니다.
SK이노 주가 급등, 엔솔은 왜 잠잠했을까
2025년 상반기,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25%라는 큰 상승세를 보이며 주식시장의 중심에 섰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왜 지금?"이라는 궁금증이 커졌고, 이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와 SK온의 적자 개선 기대감이 꼽힙니다. 특히 SK온은 미국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안정화에 힘입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죠. 또한, 최근 발표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수혜 가능성도 주가 상승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계열은 세제 혜택과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했습니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의 탄소중립 전략과 리사이클링 기술도 ESG 투자 트렌드에 부합하면서 지속적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과 달리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주가는 큰 움직임이 없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1분기 실적 발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현재 LG엔솔의 모멘텀 형성을 방해하고 있는 요인은 명확합니다. GM과의 합작회사인 얼티엄셀즈의 생산 지연 문제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술력과 생산 능력 면에서는 업계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단기적인 실적 및 미국 내 IRA 정책이 엔솔에게 긍정적이진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LG엔솔의 고평가 논란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PER(주가수익비율)과 기대치가 반영된 상태에서 눈에 띄는 실적 반전이 없으면, 주가는 당분간 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 배터리 기업, 어떤 전략을 강화해야 할까?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 매력은 다소 약화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앞으로 몇 가지 전략을 선제적으로 강화한다면, 다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중장기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첫째,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에서 수율 저하 및 적자 누적 문제를 겪고 있는데, 저마진 B2B 물량보다는 고부가 제품군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시급합니다. 삼성 SDI처럼 프리미엄 전고체 배터리,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에 집중하는 방식이 수익성과 기술력 모두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둘째, 북미 현지화 및 IRA 대응 투자 확대입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 중이며,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로 IRA 보조금 수혜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IRA 수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북미 내 양극재·음극재 자체 생산은 국내 기업들이 반드시 강화해야 할 부분입니다.
셋째, 중국산 저가 배터리와의 차별화 전략이 중요합니다. CATL, BYD는 LFP 배터리로 저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나,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NCM, 전고체,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등 고사양 제품에서 경쟁 우위를 보입니다. 삼성 SDI는 BMW·포르쉐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장기 계약을 통해 기술 기반의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넷째, 재활용·리사이클 사업과 탄소중립 전략도 장기적 투자 매력을 높이는 키워드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본격 추진 중이며, LG엔솔도 니켈·코발트 회수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ESG 강화뿐 아니라 원가 절감과 공급망 안정에도 기여합니다.
마지막으로, 연구개발(R&D) 투자와 정부 정책 연계 전략 강화입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40% 확보를 목표로 하는 ‘K-배터리 전략’을 추진 중이며, 이에 적극 참여하고 관련 인센티브를 최대한 활용하는 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입니다.